보릿고개를 넘어 안동역에서 꽃피웠던 동전 인생이야말로 ‘안동역에서’ 열풍이다. 가요프로그램과 TV 예능, 오디션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부안 출신 가수 진선(61세). 덕분에 중장년 팬은 물론 젊은 팬도 늘어나며 팬층이 더욱 두터워졌다. 오가는 곳마다 사인이 쇄도해도 기꺼이 시간을 내어 팬들과 소통하고 있는 그를 찾았다.
노래로 슬픔을 달래다
그의 나이 세 살, 보살핌과 사랑이 한창일 때 그의 곁에 부모는 없었다. 고아와 다름없이 자란 그는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동네 노인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7~8세 무렵입니다. 마을 어미들이 농사를 지을 때 논두렁에 서서 이미자 송춘희 최숙자 선생의 구슬픈 노래를 불렀어요. 그러면 어린 녀석이 왜 그렇게 슬프게 부르냐며 먹을 것을 주곤 했습니다. 먹기 위해서 부른 걸 수도 있어요부모 없이 자란 슬픔 외로움 고통 배고픔을 무엇으로 극복할 수 있었나. 노래가 없었다면 아마 견디지 못했을 거야.부안동초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상경해 다양한 일을 하며 살았다. 고된 하루였지만 가수에 대한 꿈은 늘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다 1993년 4월 사마의 등불로 데뷔하게 됐다.
전성기 때 찾아온 병마 진성이라는 이름이 대중에게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곡 태클을 걸지 말라는 아버지의 묘소에 갔다가 가사가 떠올라 직접 작사 작곡한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 트로트의 참가자가 불러 그의 눈시울을 붉혔던 보릿고개도 배고프던 시절을 떠올리며 썼다. 지친 과거가 노래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이다. 안동역에서는 대중에게 그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킨 히트곡이다. 이 노래로 많은 사랑을 받던 중 림프종혈액암과 심장판막증이라는 병마가 찾아왔다.정말 힘든 나날이었어요.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빛을 발하는가 했더니 암에 걸린 거예요. 다시 시작하자는 의지로 이겨냈죠.”6개월 가까이 병원 생활을 했던 박씨는 퇴원 다음 날 방송에 출연했다. 너무 오래 누워 있어 걷기도 힘들었지만 대중에게 잊혀질 공포보다는 차라리 낫다고 생각했다. 이후 서서히 회복된 그는 무대에 섰고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해 등에 출연하며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노래를 잘하는 가수로 기억되고 싶다
지역 곳곳을 다니며 다양한 팬들을 만나고 있어요. 박수도 많이 받았고 재배한 농산물을 직접 기념품으로 받은 적도 있습니다. 어떤 어머니는 아프지 말고 노래하라며 끼고 있던 이중 손가락 중 하나를 빼주기도 했습니다. 항상 팬들의 응원을 받을 때마다 노래 잘했다, 좋은 가수가 되자고 맹세합니다 대중들이 노래 잘 하는 가수라는 말을 듣는 것이 행복하다는 그는 그 꿈을 위해 더 열심히 앞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애향의 마음으로 만든 노래 ‘채석강’을 발표할 계획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곡절된 삶을 노래로 지탱하며 살아온 가수 진성. 그의 앞길에 향기로운 꽃길이 열리기를 바란다.
가수 진선=1960년 부안에서 태어났다. 1993년 《님의 등불》로 데뷔하였으며, 《보릿고개》, 《동인생》, 《태클 걸지마》, 《안동역에서》 등의 히트곡이 있다. MBC 가요베스트 올해의 노래상, 제16회 대한민국 전통가요대상 전통가요상 등을 수상했다.
글, 사진 = 얼쑤 전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