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읽은 책 김용하의 『여행의 이유』에서는 ‘파리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그곳을 처음 방문한 일본인이 충격을 받거나 정신질환을 앓아 병원 신세를 지거나 조기 귀국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파리에 대한 환상 때문이라고.일본인들은 특히 프랑스에 대해 큰 환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이들이 파리에 도착한 뒤 경험하는 파리는 더럽고 악취가 나는 등 기대보다 훨씬 떨어지기 때문에 환상과 현실의 괴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피해망상, 우울증 등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현상을 적응 장애의 일종으로 분류해 ‘파리 증후군’이라고 학계에서 명명했다고 한다.
이 글을 읽고 나는 파리 증후군을 경험한 일본인을 향해… 속어로 ‘..분신들…’이라고 생각했다…
평생을 살면서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감정은 실망이었다.어떤 것을 기대했지만 그 기대에 못 미쳐 실망하는 일은 일상적으로 자주 있는데 나는 그 감정을 몹시 혐오했다.
「기대하지 마」라고 수백번 반복했던 날들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실망에 대한 자신의 감정에 대비하지 못하는 것은 미성숙한 자세라고 생각했다.
나는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에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반면, 다른 사람에게는 기대를 걸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나의 이런 병적 감정을 파리증후군이라고 제멋대로 명명하도록 한다.
그래서 베트남 3일째 여행 제목은 ‘파리 증후군’이다뜻대로 정의한 파리 증후군을 두려워하는 증후군이다.ㅎㅎㅎ
3일째는 친구 Clark가 새벽 6시에 출발하는 구찌 터널&메콩강 투어를 신청했다.
아침 5시 30분에 호텔 체크아웃을 해야 했는데, 아침을 먹지 못하자 전날 Clark가 호텔로 아침을 싸달라고 요청했고, 호텔측은 흔쾌히 빵과 요구르트, 잼 등을 도시락처럼 싸주었다.ᅡᄅ 호텔치고는 너무 멋있었다.
새벽에 호텔에서 나와 만났던 여행자 거리전날 밤의 열기가 무색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구찌터널&메콩강 투어의 가격은 약 ᅥᄃ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친구 Clark가 현지 여행사에서 신청했다.
현지 여행사에서 신청하면 투어가이드도 베트남인으로 고객 대부분이 다국적이기 때문에 영어로 진행된다.나중에 찾아보면 한국어 패치된 비슷한 투어는 약 ¥… 영어를 아주 조금이라도 할 수 있다면 현지 투어가 더 저렴하다.
아,그리고정말덥고습하니까옷은되도록가볍게입고,자외선차단제를무장하고,물을꼭가져다녀라.
아침 일찍 여행사에 도착해 대기하고 있으면 가이드 아저씨와 함께 관광버스를 탄다.관광버스는 꽤 넓고, 크고, 시원해!!
투어 도중 창밖
1차로는 약 1시간 반을 이동해 구찌터널 쪽으로 가는데 아침 일찍 일어난 만큼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구찌터널은 베트남전 당시 만들어진 벙커, 지하터널 등을 구경할 수 있는데 친구들과 오면 꽤 재미있게 놀 수 있다.애인이랑 오려면 별로 똑같아.ㅎㅎㅎ
벙커라든지 가이드 아저씨가 일일이 설명하며 들어가 볼 Volunteer를 찾는다. 이럴때 무조건 친구들 등 떠밀어 지원하게 해~~
저기 들어가서 뚜껑 닫으면 정말 아무도 몰라
탱크 위에서 사진도 찍고
허리를 숙여야 하는 터널도 40m짜리를 체험했는데 Clark-Y-나는 이 순서대로 갔는데 쥐처럼 너무 빨리 가서 놓치는 거 아니냐고 소리치면서 미친 듯이 달려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이 환하게 새까매서 무섭다
베트남식 함정 같은 것도 구경하고 그러는데 정말 덥고 습해서 어떻게 베트남이 전쟁에서 이겼는지 좀 알 것 같았어이 수풀이 무성하고 덥고 습한 곳에서는… 현지인이 아니면 못 견딜 것 같아 정말…
중간에 간식 타임~~ 버블티 같은 거 먹을 때 감자랑 고구마 사이 맛이 나서 맛있게 먹었어
2차로 메콩강 투어인데 구찌터널에서 차를 타고 1시간 반 간다.도착하면 본격적인 투어를 시작하면서 점심을 준다.이상한 징그러운 고기를 먹었다 서빙 언니가 고기를 발라서 라이스페이퍼에 싸주는데
민물고기? 그거 치고는 먹을 만해. 친구 Y는 비린내 난다며 싫어했지만 나는 여행 중 식욕 때문에 고생한 적이 전혀 없는 입맛이었기 때문에 아무거나 다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제육볶음도 나오는데 그거를 라이스페이퍼에 야채랑 소면이랑 싸먹으면 기가 막히더라고.~~
해산물이 들어간 이상한 국물도 나오는데 고수 냄새가 나니까 이건 먹지 않는 게 좋아.
더운데다가 모자를 안 가져와서 베트남 모자와 부채를 샀는데 정말 소중하게 썼어
친구들도 부채질해 주고, 더워하는 한국인 할아버지도 보내 주었다.
그리고 배도 타고 코코넛 사탕 만드는 데도 가고
…
꿀을 만들 때도 가고 (코의 벌집을 들을 Volunteer를 찾을 때 친구를 지원하게 하기 위해 ㅋㅋㅋㅋㅋㅋ)
과일도 먹고
과일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똥을 씹는 표정으로 나와 베트남 전통 노래를 몇 곡 부르고 팁을 요구한다1달러씩 줬다.
그리고 제일 좋았던 카누타기~ 이 시간이 제일 좋았던 게 뭔지 진짜 내가 기대했던 베트남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어.
이렇게 해서 구찌터널&메콩강 투어는 끝
끝나면 저녁 5시쯤 되는데 친구들과 저녁을 간단하게 먹었다.
Clark가 바보같이 분짜를 야채에 싸서 먹어서 재미있었다.
바보 아냐?wwwww)
Clark와 Y는 이날 밤 하노이로 향하는 비행기를 탈 예정이어서 나는 호찌민에 근무하는 J씨를 만나러 가야 했다.우리는 두 번째로 진짜 작별인사를 했고 나는 Clark가 잡아준 그랩을 타고 J누나 집으로 갔다.
힘든 시기에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
그랩을 타고 도착한 J언니가 사는 호찌민의 Land Mark는 정말 부자 같았다.엄청난 부자이고 훌륭한 아파트가 모여 있었고, 그 안에서 이제 막 퇴근한 J언니를 만났다.
J 씨는 베트남 여행은 어땠느냐고 물은 뒤 나는 메콩강 투어 얘기를 하면서도 이 가격에 이 정도면 아주 괜찮다며 대만족했다.
그랬더니 언니가 그렇게 세 장 여행치고 좋네 하고 오면 만족하고 가는 곳이 베트남인데 SNS나 언론에서 접하는 환상의 베트남 여행을 기대하고 오면 실망하는 곳이 베트남이라고 한다.
사실 나는 J언니를 만나면서도 일종의 파리 증후군이 될까봐 잔뜩 긴장했다.
J언니는 내가 대학 입학 전 처음 가본 OT였고 우리 조에서 일했던 선배였다.당시 22세였던 누나는 갓 스무 살이 된 나에게 술은 마시는 것이 아니라 입과 목을 열고 식도로 털어놓는 것이라고 가르쳤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슬러 올라가면 J씨 덕분에 내가 지금 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J언니는 당시 학과 내 금융스터디를 하고 있었는데 이 스터디는 우리 학과에서 유명한 도라 교수가 경영하는 스터디였다.
1학년 때 첫 MT에서 술 마시고 얘기하는데 언니가 말하길 스터디 숙제도 너무 많고 교수님도 너무 무서워서 직계가족 경조사가 아니면 절대 스터디에 필수적인 힘든 스터디라고.
1학년 때는 와, 저 스터디에 들어가는 바보같은 짓은 절대 하지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2학년이 되자.이러다가… 내 인생, 위험하다…!”라고 생각했다. 그때 나는 정말 아르바이트를 빼고는 공부도 준비도 하지 않고 허송세월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J언니가 들어오라고 해서 자발적으로 금융경기장에 들어갔다.금융이 무슨 의미가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힘들다고 해서 나를 참교육을 시키러 들어갔다.
그 금융스터디에서 알게 된 선배들과 공부하면서 특히 J언니에게 많이 혼나 금융경제 쪽으로 좀 더 견문을 넓히게 됐다.누나는 공부도 잘하고 능력도 뛰어나 그 무서운 교수의 애제자가 될 만큼 영리했다.J언니는 몰랐지만 나는 언니를 롤모델로 삼아 열심히 했다.
그리고 그 금융스터디 덕분에 나는 금융 쪽으로 진로를 바꿔 입행하게 된 것이다.
나는 누군가의 조언이 절실했던 시기에 롤모델이었던 J언니를 만나러 가는 것이 무척 기대됐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파리증후군 환자답게 이렇게 기대했는데 J언니에게 실망할까봐 걱정이 됐다.그래서 대충 내 기대에 완급조절을 하면서 언니를 만났다.
그런데 그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J언니는 여전히 너무나 멋진 커리어우먼이었다.
독일 회사 호찌민 지사에서 일하는 언니는 일을 시작한 지 3년도 안돼 선배들을 제치고 팀장이라는 직함을 달았고 번듯한 아파트에 살았고 영어도 참 유창했다.
나랑 있으면 회사에서 전화 와서 영어로 전화 받았는데 정말 영어 악센트가… 왔어.게다가 베트남어도 열심히 배우고 있었어.
이번에 J씨가 나에게 해 준 조언의 하나가 「지식은 사라지지만 자격은 없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일단 좀 배우면 관련 자격증을 꼭 따놓으라는 것. 그게 나중에 언제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저희는 분짜맛집 ‘꾸안냄’에서 분짜를 먹고
J언니가 좋아한다는 바에 갔다.조금 외곽에 위치해 있어 정말 텅 빈 슬럼가 같은 곳에 간판 없는 스피키바였지만 들어가 보니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이름이 스너프박스였나, 누나가 블로그에 절대 올리지 말라고 했는데… 헤헤 미안해.언니.
칵테일을 한 잔씩 마시고 많은 이야기를 하고 그랩을 타고 언니 집에 와서 씻고 야경을 보면서 침대 위에서 계속 떠들고 잤다.
이렇게 해서 나의 베트남 여행 3일째가 끝났다
기대하면서도 실망이 두려워 최대한 경계하는 나의 이 파리 증후군은 앞으로도 계속될까?
사실 이 증후군 때문에 요즘도 고민이 많다.
상대를 대할 때 상대방을 자신만의 틀에 가둬놓고 그 틀을 벗어났을 때 이럴 줄 알았다. 역시 얘한테 기대 안 하길 잘했어’ 하고 도망쳐 자기를 위안하는 것은 나를 좀먹는 것일까.
아니면 나를 구하는 길이었을까.
그 답은 시간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